New Media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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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글

누군가 알아채 주었으면 하는,
알아채지 말았으면 하는,
불안정한 나의 4년의 조각, 글.

Unity 3D, 레이저 컷팅, MDF, 아크릴 판, 태블릿PC, 웹사이트

2017.12

>>웹사이트 링크 : 조각 글

나는 굉장히 불안정하고 예민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밝고 긍정적이라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그 안에 숨겨둔 깊은 우울과 슬픔이 있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것을 안으로 받아들이고 느껴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감정적으로 자주 우울과 고독을 느낀다.
그렇다고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거나 자존감이 낮은 것은 아니나, 이런 나의 고독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나를 사랑하면서, 동시에 나를 놓아버리고픈 허탈감을 느낀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깊은 어두움을 꺼내놓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다들 지치고 버거워하다 떠날까 두려웠고, 어쩐지 속내를 꺼내놓기 무서워 내 얘기를 잘 하지 않기 시작했다.

그런 내가 나를 정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글'이다.
예쁘고 잘 다듬어진 문장은 아닐지라도, 나를 한가득 적고 나면 많은 감정과 생각과 마음들이 정리가 되었다.

그 문장들은 하나같이 서투르고, 거칠고, 날 것의 글자들이라, 나는 그것들을 SNS에 무작위로 올려 놓았다가, 누군가 좋아요를 누르면 삭제하고 비공개로 돌리는 일을 반복했다.

(위) 4년 동안 나의 메모장에 쌓인 조각 글들.

누구라도 이런 나의 어두운 면을 알아채줬으면 했다가, 막상 보려고 하면 숨기고 도망치고. 영원히 사람들에게는 좋은 모습으로만 남고 싶다는 이중적인 마음으로 4년을 지냈다.

이런 나의 글들이, 꼭 퍼즐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라이드 퍼즐.

이 조각이 어느 위치인지 알고있어도 쉽게 제자리를 찾아 맞출 수 없고, 다 맞추게 해서 보여주고 싶으면서도, 끝내 맞추지 못해서 어떤 그림인지 알지 못하게 하고도 싶은.

4년의 대학생활 동안 나는 일상적으로 핸드폰 메모장에, 조각조각 이런 글들을 남기기 시작했다. 조각들을 모아보니 300개가 넘는 활자들이 있었다.
졸업을 앞둔 지금, 이 파편들을 모아 4년의 나를 정리하는, 처음으로 진솔한 나를 보여주는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게 조각, 글.

1. 여기저기 섞여 알아볼 수 없는 슬라이드 퍼즐을 발견한다.

2. 관객은 자유롭게 퍼즐조각을 움직이며 자신이 발견한, 혹은 만들고 싶은 단어를 조합한다.

3. 단어 조합을 끝내면 마지막 칸에 있는 마침표 (.) 조각을 움직인다.

4. 퍼즐 판에 적힌 지시사항에 따라 뒷면을 돌리면, 관객이 조합한 조각에 따른 QR코드가 보여진다.

5. 비치된 태블릿 PC로 QR코드를 인식시키면, 화면에 해당 단어 조각에 따른 조각 글과 운세가 나타난다.

6. 작가가 의도한 25개의 단어를 전부 맞췄을 경우, 모든 글 컨텐츠를 볼 수 있는 웹페이지 화면이 나타난다.

7. 일부 단어만 맞췄을 경우 해당 단어 글 컨텐츠만 나타난다.

8. 작가가 의도한 단어가 아닌 관객이 새롭게 조합한 단어일 경우 타이틀이 점(.)으로 된 글 컨텐츠가 나타난다.

PROCESS

투명한 아크릴판을 이용해, 앞에서 관객이 퍼즐조각을 움직이면, 뒷면의 25개의 각각 고유한 문양도 따라서 이동하며 하나의 QR코드로 보이게 끔 제작.

덧붙이는 글.

설치하고 전시하며 친구들과 또 교수님께 들었던 말은, 글이 너무 우울해서 놀랐다는 이야기였다.
전부 내보이면 모두 떠나갈까봐 혼자서 되내이던 우울을 이렇게 대놓고 모두의 앞에 드러내 본 적은 처음이라 어색하고 창피하기도, 숨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우울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의 일부분이며, 우울한 내가 있기에 오늘의 행복을 더 사랑하는 단단한 나도 있다.
4년이라는 자리에 점을 찍어넣으며 앞으로는 밝고 따뜻한 마음 조각들도 더더욱 많이 채워지기를.

P.S 설 언니는 25개 조각을 전부 말이 되는 5줄의 단어로 맞췄다가 다시 원래 정답 조각으로 다 맞춰놓았다고 한다. 대단한 사람.

P.S 2 지은언니가 선택한 단어 페이지의 오늘의 운세가 돈 문제가 해결된다는 문장이었는데, 실제로 아침에 돈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한다. 소름.

P.S 3 아침에 작품을 천장에 매달려고 했다가 낚시줄을 놓쳐 2층에서 퍼즐 판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나는 위에 있어서 몰랐는데, 밑에 있던 목격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경첩 10개가 팝콘처럼 파스스 부서져 튀어올랐다고...
mdf 는 쓸데없이 또 튼튼해서 아주 조금밖에 안 부서졌다.

P.S 4 유니티랑 QR코드 인식 오류는 진짜.. 할게 못된다.